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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런 것과 당연한 것은 없다

2019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체험수기 수상작 연재-⑥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1-13 08:26:28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일자리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매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우수참여자 체험수기’를 공모하고 있다.

2019년 공모에는 17개 시·도에서 75건의 수기가 접수됐고 심사결과 최우수상 4편, 우수상 9편 등 총 13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여섯 번째는 일반형일자리(전일제) 부문 우수상 수상작 정은실 참여자의 ‘원래 그런 것과 당연한 것은 없다’ 이다.


원래 그런 것과 당연한 것은 없다

정은실(부산광역시 사하구)

원래 그런 것.

나는 세상을 인식하기도 전에 망막 시신경에 악성종양이 생기는 ‘망막아세포종‘이 발견되었고 두 눈을 잃기 전에 안구적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나는 한쪽 눈을 잃고 장애5급 판정을 받았다.

안구 적출 수술을 받은 뒤 양쪽 뼈를 맞춰주기 위해 수술을 한 번 더 하게 되었는데 몸에 넣는 재료를 잘못 넣으면서 의료사고가 났고 고름이 끊임없이 나와 수차례의 재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로인한 오랜 병실생활로 약한 몸도 가지게 되었다.

하나의 눈과 약한 몸으로 인해 나의 학창시절도 마냥 분홍빛이진 않았다. 의안을 했지만 티나게 적출된 눈과 저 학년 때는 눈에 달고 다녔던 고름 주머니로 매일 학교에서 돌아오면 고름주머니를 없애야 한다며 어머니가 들고 오셨던 소독된 바늘의 무서움을 잊지 못한다.

중학교 때까지 항상 반 안에서의 따돌림을 면치 못했고 못된 아이들의 목표가 되기엔 더할 나위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원망하진 못했고 평생 동안 한쪽 눈으로만 보는 세상도 약한 몸도 원래 그런 것이며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러지 않고서는 실체 없는 무엇인가를 원망하며 하루하루 살아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당연한 것.

아픔이 있었기에 누군가를 상담하고 아픔을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심리상담사를 꿈꿨고 그 관련 학과를 찾아 대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내 안의 상처도 치유하지 못하였는데 남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라는 깊은 고민과 함께 꿈을 포기하게 되었고 오로지 취업을 빨리 하고 싶다는 생각만이 자리 잡게 되었다.

사회가 두려웠던 나는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자리라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교 안에서 내가 할 수 있을만한 알바를 찾아다녔고 교수님과 교직원분들의 눈에 들었던 나는 좋은 기회로 졸업도 하기 전에 내가 재학 중이었던 대학교에 바로 조기취업을 하게 되었다.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첫 직장은 대학교 안의 교환실 업무 너무 좋은 기회였고 감사했지만 주차장 쪽의 한칸짜리 사무실, 전화 한통만 있는 사무실로 좋은 환경은 아니어서 우울한 날이 더 많았다.

하루하루 자존감이 떨어지고 난 취업을 하면 이런 일 밖에는 못하는 걸까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긴 한 걸까 등등 막연한 두려움과 내 안의 가능성을 내가 무시하며 2년 동안 반복적이고 맡아진 일만 하던 나는 결국 더 계약연장을 하지 않고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만 둔 후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취업활동을 활발히 해보았지만 받아주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장애인고용센터에 들어가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려 학원도 다녔으나 결국 취업에 계속 실패했다.

계속 실패를 거듭하고 1년 동안의 백수생활로 인해 난 이렇게 취업이 잘 안 되는 것이 당연한 걸까 우울감에 빠져있던 도중 장애인 일자리 지원 중 장애인행정도우미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라는 희망으로 홈페이지를 계속 알아보고 구청에 연락해보고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연락하는 등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연락을 취해 일정과 신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면접일정에 맞춰 준비한 연습들로 면접을 봤고 내가 뭐든 할 수 있음에 어필을 열심히 했다. 연말, 합격발표가 있었고 나는 간절히 바랐지만 결국 떨어지게 되었다.

생각의 변화.

낙심하던 나에게 추가합격으로 극적으로 합격하게 되었고 첫 직장인 신평1동 행정복지센터에 출근을 하게 되었다. 새롭고 신기한 느낌. 첫 출근은 하였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없었고 인수인계를 받았지만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 복잡한 서류들이 많게 느껴졌고 민원인을 대하는 것도 수월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전화 받는 것까지 어려웠다.

내가 이전에 하던, 해왔던 것과는 다른 것. 그리고 내가 실수하면 나를 가르쳐 주시던 주사님들께 민폐가 되고 민원인들께는 삶과 직결되기에 큰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내겐 너무 큰 일 이었다.

어떻게든 빨리 일을 익히려고 노력했다. 뭐든 메모했고 빨리 1인분을 해내려고 노력했다. 일자리에 참여하면서 어려웠고 힘들었지만 내 자리가 있음에 감사하고 나를 필요로 하고 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어느 정도 일을 조금 처리할 수 있을 정도가 되니 그제야 민원인들 한분 한분이 눈에 들어왔다. 힘듦과 어려움을 안고 오시는 분들, 마음의 여유가 없어 보이셨던 분들, 힘들지만 조심스레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내시는 분 등등 민원인 모든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순 없었지만 가끔씩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뭉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민원을 보며 제일 뿌듯했던 일은 변화하는 분들을 보는 일이었다. 자신에 대한 말 자체를 꺼려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처음에는 대화자체를 하고 싶지 않아 하셨다. 하지만 안부전화를 드리거나 새로운 프로그램 할 때에 안내를 드리는 등 항상 친절하게 대해드리고 살갑게 대해드리니 마음을 여시고 잘 웃으시면서 나에게도 말을 먼저 걸어주시는 등 변화하시는 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게 되었다.

처음에는 사람 바뀌었다며 나 말고 다른 주사님들을 먼저 찾는 민원인이 많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알아봐주시고 친하게 말을 걸어주시는 어르신들도 생겼다. 또한 일을 할수록 내가 민원인들을 안내해드리고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치유 받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듣기만 해드렸음에도 감사하다 건네주시는 따뜻한 말들로 인해 더 배울점이 있었다.

민원인을 대하고 일을 하다 보니 내가 실수하는 부분들도 많았는데 받을 서류를 빼먹거나 나는 신청을 하고 처리를 했다고 생각했으나 전산처리가 아예 안 되어 있어 민원인께서 화를 내시며 소리 칠 때도 몇 번 있었다.

초반에 그런 일을 겪었을 때는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어서 정신이 없어 멍해지는 등의 어려움이 컸었는데 옆에서 하나하나 도와주시고 알려주시는 주변의 많은 주사님들과 사무장님의 도움으로 더 빨리 내 잘못을 인식하고 해결하면서 적응하게 되었다.

행동의 변화. 자존감 향상

실수를 만회하고 다시 반복치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부분들을 잊지 않으려 모니터 앞에 잊어버리면 안 될 것 들을 적어놓고, 자주 오는 민원의 답변들도 미리 적어놓았다. 이 메모들을 항상 체크하며 일을 하니 실수도 많이 없어지고 민원분들께 자세히 설명 할 수도 있어서 이제 그 메모들을 확인 않고서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숙련이 되었다 또한 주사님들의 옆에서 민원인을 대하는 방법이나 노하우등을 많이 배우며 성장해 나가고 있다.

내가 민원인일 때 바라봤던 공무원분들의 모습과 직접 가까이서 보게 된 공무원들의 모습이 차이가 컸으며 공무원분들에 대한 고충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일을 할수록 잃어 버렸던 꿈을 다시 찾은 느낌과 새로운 꿈을 꾸게 되는 많은 경험들이 쌓이고 있다.

원래 그런 것과 당연한 것은 없다

내가 장애가 있다고 해서 원래 그런 것과 어쩔 수 없는 것은 없으며 당연하게 일과 취업을 못하거나 당연히 자존감이 낮아야 한다는 것은 없었다. 매일이 배움의 연속이었다. 일을 하며 채워지는 자존감등 장애인일자리사업을 통해 내 전과 후는 확연히 바뀌었다.

새롭고 많은 분들과의 대화, 일을 함으로써 바뀌는 생각들 그리고 생겨난 새로운 꿈들로 나는 원래 그런 걸 거야, 당연히 못하는 부분이야 하며 포기가 쉬웠던 내가 점점 당연한 것은 없어, 원래 그런 것은 없어 하며 구체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하나하나 해내어 가며 난 뭐든 할 수 있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서 해보자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바뀌었다. 공무원이 되어 좀 더 전문적으로 많은 분들을 도움을 주고 싶다는 꿈.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기에 새로운 도약을 하고 싶어졌다.

일을 하며 틈틈이 공무원 준비와 연관이 큰 한국사검정능력시험을 준비하기도 하고 시험도 쳤고 2019년 공무원 시험도 경험삼아 시험을 쳐보는 등 내가 원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일자리 덕분에 경제적으로도 나름 안정이 되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겨 더 다양하게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도 자라나 뭐든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도 생겼다.

장애를 극복할 수 없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드려야 하는 것으로 여겼던 내가 사업을 통해 변화 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남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내가 되고 누군가의 희망이 되기를 꿈꾸며 나는 계속 나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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